2014/02/06 15:27

[Only Lovers Left Alive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 movies/TV


* 스포일러가 있음.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읽지 마시길 *




포스터 클릭하면 원래 사이즈로 아주 크게 볼 수 있음.
 
이런... 포스터를 놔두고 왜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쌍둥이 형제(그... 하얀 옷입고 머리도 흰색인데 레개머리같은 걸 하고는 선글래스낀 이들)를 연상시키는 포스터를 main으로 쓰는지 모르겠다.ㅎ



[Only Lovers Left Alive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2013)

■ 감독 : 짐 자무쉬 (Jim Jarmusch)
■ 배우 : 톰 히들스턴 (Tom Hiddleston), 틸다 스윈튼 (Tilda Swinton), 존 허트 (John Hurt), 미아 바시코프스카 (Mia Wasikowska), 안톤 옐친 (Anton Yelchin)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 내에 자리잡은 KU시네마테크에서 이 영화를 봤다.
짐 자무쉬의 최신작.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턴, 미아 바시코프스카, 존 허트, 안톤 옐친(Odd Thomas/오드 토마스의 바로 그!).
캐스팅만으로도 그럴싸한 영화일거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영화.

최소 수백년은 살았음직한, 죽고 못산다는 연인 뱀파이어 아담(톰 히들스턴)과 이브(틸다 스윈튼).
영화가 시작되면 각자 잠시 떨어져있는 디트로이트와 모로코라는 자신의 방안에서 Wanda Jackson의 애씨드 필이 팍팍 담긴 명곡 'Funnel of Love'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이 영화가 앞으로 얼마나 탐미주의적인 분위기를 선사할 것인지를 예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은 Nicolas Roeg의 [Performance/퍼포먼스](1970)에서나 봤음직한 느낌.

아마도 우리가 아는 역사 속에서 대대로 빛나는 대문호와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어쩌면 역사 속 위인 그 자신이었을 듯한 영화 속에 보여지는 세 명의 뱀파이어(아담, 이브, 이둘의 어르신격인... 아마도 세익스피어였다고 판단되는 말로)는 죽고 싶어도 쉽게 죽기 힘든 질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인간들-아담이 '좀비'라고 부르는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듯한 자뻑의 삶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프리미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며 황폐화되어 그야말로 좀비의 도시가 되어버린 디트로이트의 모습과 세상을 망가뜨리는 인간들에 대한 환멸로 인해 삶의 공허함을 느낀 듯 허무함을 뇌까리는 아담, 그리고 그를 다독이는 이브의 모습들은 기이할 정도로 디트로이트의 정경과 잘 맞아 떨어져 대단히 게으른 예술 향유자인 이들의 지적 허영의 모습을 극대화시킨다. (영화 속에서 아담과 이브는 그야말로 빈티지 컬렉팅의 지존급으로 도서, 음반, 악기는 물론 인테리어와 패션까지... 어지간한 덕후들은 명함도 내밀 수 없을 밀도를 자랑한다.-_-;;;)

덕후질과 지적 허영의 끝을 보여주는 이들은 일견 짐 자무쉬와 같은 예술인들의 위선적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이는 예술문화를 향유하고(아담, 말로) 소비하는(이브) 뱀파이어로 은유된 지식인들에 대한 지독한 냉소 그 자체인듯 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아담이 종종 좀비에 대한 환멸을 얘기하지만 이에대한 실체를 짐작할 만한 구체적인 대화는 없는 것을 보면 이는 그저 오래 살다보니 할 말이 없어진 두 '죽고 못산다는 부부'의 가벼운 투정 정도에 그치는, 스쳐지나가듯 지나가는 재롱 정도로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이들과 달리 본능에 조금 더 충실한, 이브의 여동생인 에바(미아 바시코프스카)의 등장은 이들의 속깊은 위선의 껍데기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아주 효과좋은 만능약 역할을 한 느낌이고.

짐 자무쉬가 아담과 이브로 은유되는 엘리트들을 얼마나 기가막히게 냉소적으로 그려내는지는 에바가 충동적으로 '먹어버린' 아담의 인간 동업자이자 아담의 덕후기질을 충실하게 채워준 이안(안톤 옐친)의 시체를 두고 둘이 나누는 아주 일상적인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길고긴 생명에 비해 보잘것없을 정도로 짧은 생명을 지닌 인간의 목숨 따위는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이안의 죽음 자체는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브는 이안의 시체를 가운데두고는 오히려 망가져버린 기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완성도에 경도될 뿐이고, 아담 역시 이런 사건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자신의 고결한 삶을 방해하는 아주 귀찮고 번거로운 일 정도로 생각할 뿐이니까.

러닝타임 2시간 동안의 주인공 뱀파이어들의 자뻑을 보는게 이 정도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못했다.ㅎ
특히 이들의 정신적 지주...같았던 말로가 불사의 뱀파이어임에도 숨을 거두는 이유라는 것도 하마터면 난 웃음이 터질 뻔했고, 그가 숨졌을 때의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전혀... 애통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지독하게 탐미주의적인 블랙 코미디라는 생각이 드네.(imdb에 영화 장르 키워드에 반드시 comedy가 들어가야한다고 본다)

아무튼...
정말 인상깊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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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의 영화들이 다 그렇듯,
이 영화의 음악들도 보통이 아니다.
싸이키델릭을 기반으로 넘실대는 진득한 사운드들이 영화의 한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로 음악의 비중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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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알맹이가 탐미주의적 비주얼과 사운드에 비해 터무니없을만큼 허약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는 당연히 짐 자무쉬가 의도한 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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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사랑하는 이들...이 지칭하는 대상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한없이 고귀한 듯 하지만 결국 불사의 몸이라고 보기도 힘들고, 피가 없으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아담과 이브라고 한다면,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찬(정작 그들은 그게 허영과 위선이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는) 엘리트들의 턱도 없는 분리주의가 아닐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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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과 존 허트는 봉준호 감독과, 미아는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있다.
세 배우가 다 한 영화에 나오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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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본 분들은 당연히 영화 시작과 함께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 곡을 잊을 수가 없을 듯.



'Funnel of Love' - Wanda Jack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