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7 16:19

경쟁이 휩쓸고간 결혼의 상흔. --- 잡소리들


소란스럽다.
갑론을박이 아니라 그냥 진흙탕에서 일방적인 혐오와 비아냥만 난무한다.

매스컴은 의도가 불순한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을 앞둔 젊은 예비부부의 심리를 마치 일반화하듯 결론낸다.
그러니까 여성은 혼수를 준비하고, 남성은 집을 준비한다는 암묵적인 합의에서 남성이 벗어날 경우 여성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여주면서 의도된 결말을 보여주는거지.(살 집을 보러 온 예비부부가 얘기도중 남자가 여친에게 살 집을 마련할 비용을 부담할 것을 넌즈시 얘기하고, 이 얘기를 듣고 당황하고, 난감해하는 여친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미즈넷이란 곳의 조사 결과랍시고 올라온 자료도 그렇다.
이 모든 자료들이 달려가는 이미 정해진 결과는 '한국 여자는 의존적이고 허영에 쩔었다'는 말이다.

결혼을 둘러싼 남녀의 성정치학이란게 원래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왔지만,
요즘의 결혼은 사랑을 양념으로 곁들인 '흥정'이란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남자는 여성의 성을 결혼으로 사고, 여성은 자신의 성을 결혼으로 판다.
불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는 현상이라 부정할 수만은 없는 말일거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남성이 여성을 향해, 여성이 남성을 향해 비난하며 잘잘못을 따져야만 해결되는 문제일거라 난 생각하지 못하겠다.
발딛고 있는 세상에서 그 세상의 준거집단에서 지향하는 가치에 물들어버리면 궁극적으로 내가 원했던 가치, 애정, 삶의 목적은 모조리 다 희석되고 마는 법 아닌가?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 않나.
스스로 부딪히며 생각하기보단 정규수업끝나고 또 학원에서 아이들의 머리속에 구겨넣어지는 가짜 지식, 친구보다 내가 더 잘해야하는 경쟁의식, 성적이 떨어지면 반편성까지 차별받으며 공부가 아닌, 경쟁이 지상최대의 미덕이 되는 이 웃기는 짬뽕같은 세상에 물드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있지 않나?

남성들은 아직도 착각을 한다.
한국의 사회가 남녀평등을 넘어서 남성이 역차별당하는 사회라고.
수많은 지표가 아직도 이 사회는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사회라고 뻔히 보여주는데도 많은 남성들은 남자들은 군대도 다녀오고, 뺑이란 뺑이는 다 치는데 사회적으로 돌아오는 댓가는 턱없이 적고,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눈높이마저 턱없이 높기만 하니 해도 너무하는거 아니냐며 역성을 낸다.

여성들은 생각한다.
어차피 급여도 차별받고, 예쁘지 않으면 능력이 좋아도 인정받기도 힘든 세상이니 결혼을 한다면 고용조차 불안한 이 나라에서 조금 걱정을 덜기 위해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겠다는게 뭐가 잘못된 생각이냐고. 2세를 위해서도 당연한 생각아니냐고.

한발자욱 물러나보면 이 모든 엉망진창의 세상은 우리 수컷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함정같은거다.
아니, 보다 냉정하게 말하면 힘있는 수컷들이 다양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구축한 거대한 성적 판타지에 다수의 수컷들이 놀아난 결과와도 같은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스컴은 주구장창 쭉쭉 빠진 미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다. 심지어 날씨를 보는데도 우린 이른바 홀복을 입은 여자 기상캐스터를 봐야하고, 스포츠를 볼 때도 당장 봉춤이라도 출 기세인 여성 리포터를 봐야한다.
아동청소년 보호법이 어쩌구저쩌구해도 음악방송의 무대에선 룸싸롱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옷을 입은 청소년 가수들이 보기도 낯뜨거운 옷과 포즈를 취하며 그걸 '섹시미'라고 오독하게 한다.
한줄짜리 워딩으로 클릭질을 꼬셔야하는 CP들은 '숨막히는 뒷태'씨리즈를 남발하며 수컷들에게 더 자극하라고 지랄염병을 떤다.
내가 여성들의 노출에 보수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게 아니냐고 오해할 분들도 계실텐데 그건 또 아니다.
다만, 단순히 노출을 많이 하고 야한 포즈를 취한다고 그걸 섹시하게 느껴본 적이 그닥... 없다는 것 뿐이다.
우리 세대가 마돈나(머다너...)에 열광했던 것은 그녀의 파격적인 노출과 성적인 유희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녀의 행위가 분명한 자신의 철학을 견지하면서 기성세대의 존엄주의를 까부셔댔기 때문이다.
그 퇴폐의 미학에서 격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낀건 나뿐이 아닐 것이 뻔하지 않나.
하지만 어린 청소년 가수들이 벗은 건지 입은건지도 모를 옷을 입은 모습들에서 섹시함을 찾기 힘든건, 그게 다... '벗으라고 해서' 벗은 모습이고, '이렇게 추라고'해서 추는 춤이기 때문이다.
뭐...
난 그렇게 느낀다.
그런 가짜로 만들어진, 흉내내는 모습에 난 섹시함따위 느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많은 대중은 매스컴에 휘둘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쫓는다.
돌다가 속옷이라도 보이면 그걸 캡쳐해서 올리고 온갖 성적인 말들을 풀어놓고, 이미 자신들의 침대에 수십번은 오르고 내린 것처럼 글들을 그야말로 '싸지른다'
외모 순으로 멤버들을 순번으로 나누고, 좀 외모나 몸매가 부족한 멤버에겐 자신의 상판대기 한번 거울로 쳐다본 적 없는 사람인양 비웃고 폄하한다.
이게 다 온라인만의 모습이라고 위안삼지말자. 익명성에 가려진 그 모습들이 어차피 자신의 진정한 얼터-이고(alter ego)아니냐.

어찌보면 몇다리 건너서 알 법도 한, 남성들이 바라는 여성성에서 거리가 좀 있다고 보여지는 일반 여성의 사진을 올려놓고는 지들끼리 수백수천개의 댓글을 달면서 '가드 올려라', '구토가 나온다'라고 너저분하게 글을 싸지르는게 수많은 커뮤니티에서의 남자들 모습이다.
룸싸롱에 가서 맘에 안드는 여종업원에게 '넌 나가라'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이건 상대를 인간이 아닌 소유와 흥정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시선이며 언사다.
못생기면 여자가 아니야라면서 자신들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말도 안되는 인형같은 여성을 꿈꾸며 넷상에서 그런 여성들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성형한 여성들을 보면 '성괴(성형괴물)'라 부르며 폄하하거나, 성괴면 어떻냐 예쁘면되는거 아니냐...라는 말로 또 자기들끼리 소모적인 말싸움을 시작한다.

이렇게 거대하게 수컷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시선, 거대한 도가니탕에서 여성들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여성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렇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처연한, 빈곤한 애정이 발에 채이는 가벼운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결혼조차 경쟁의 연장선상이고, 소유와 흥정, 생존의 수단이란 것이 예전보다 '훨씬' 확실해져버렸으니 그곳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일방적으로 여성들을 김치X이라며 욕을 해댈 수 있을까?
어떻게 일방적으로 남성들이 쪼잔하다고 욕을 해댈 수 있을까?
경쟁주의가 불러온 부조리한 사회가 이러한 각박함의 주범일텐데, 너나할것없이 서로가 서로를 힐난하고 비아냥대기만 한다.
답답하다.


*
딴 얘기지만,
남성들의 남성주의적 시선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외국남성에게 쉽게 몸을 주는 여성에 대한 비난들이다.
이를 욕하는 남성들의 논리는, '외국남성들은 다 하룻밤 원나잇하려고(그들 말로는 하룻밤 따먹으려고) 들이대는건데 몸을 그렇게 쉽게주니 걸레같은 것들이 이용만 당한다'는거다.
마치... 신사적인 남성으로서의 걱정과 무너진 성도덕에 대한 걱정등으로 우습게 포장한 이 어처구니없는 졸렬한 시선은 결국 여성이 남성에 속박된 성적인 노리개라는 것과 졸렬한 피지컬 컴플렉스의 발현일 뿐이다.
성도덕을 운운하기 전에,
여성도 섹스를 즐긴다는 생각은 왜 하질 못하는건지 먼저 물어보고 싶다.
왜 외국남성이 한국여성을 '따먹었다'고만 생각하냐는 말이지.
불편하다.